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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의설화

향교고개의 철불 이야기

하남문화원 │ 2014-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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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교고개의 철불 이야기 백제 개로왕 때의 일이다. 산이 첩첩이 쌓인 산골에 금슬 좋은 부부가 떠꺼머리 총각 동생을 데리고 사이좋게 살고 있었다. 남편은 성품이 어질었고 아내는 얼굴이 고왔으며, 동생 또한 몸이 건장하고 온순하여 집안이 화목했다. 그들은 가난하지만 오손도손 행복하게 잘 살았다. 이른 아침부터 젊은 부부는 밖에 나가 땅을 일구고 씨를 뿌렸다. 어느날 지게를 진 동생이, 일을 하고 있는 형과 형수의 곁을 지나면서, “갔다 오겠어요” 라며 소리를 쳤다. “어둡기 전에 돌아오너라.” “도련님, 감자 삶은 것은 챙기셨어요?” 일하다 말고 동생을 바라보며 말하는 두 사람의 얼굴은 그지없이 행복해 보였다. 논이라고는 한 뼘도 없는 산골이지만, 일년 내내 부지런히 일한 덕분으로 식량 걱정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젊은 부부는 농사를 짓고, 동생은 산에 가서 나무도 하고 틈틈이 사냥도 했다. 손을 흔들고 산너머로 사라지는 총각의 지게 위에는 활과 화살이 있었다. 해가 중천에 이를 때까지 일을 한 부부는 점심을 먹기 위해 집에 돌아왔다. 갑자기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말소리와 말발굽 소리가 들리더니, 갑옷과 투구를 입고 활과 창을 든 말을 탄 사람들이 집 앞에 몰려 왔다. “임금님의 행차시다. 무릎을 꿇어라.” 깜짝 놀란 남편이 몸을 부들부들 떨며 땅에 엎드리니, 금빛 갑옷을 입은 임금이 말에서 내렸다. “고개를 들어 나를 보라. 이 산에 산짐승이 많은가?” 잔뜩 겁에 질린 남편이 미처 대답하기 전에 집안에 있던 아내가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임금이 소리를 쳤다. “저 계집을 끌어내라.” 말이 떨어지자마자 말에서 뛰어 내린 군사 서너 명이 집안으로 들어가 여인을 끌어냈다. 잠시 여인을 바라보던 임금은 “호, 절색이로구나. 저 계집을 말에 태워라”고 명령했다. 땅에 엎드려 있던 남편은 벌떡 일어나서 아내를 끌어안았다. “마마, 안되옵니다. 이 여인은 소인의 아낙이옵니다. 굽어 살피소서.” “뭣들 하고 있느냐? 저놈을 끌어내지 못할까.” 임금이 또 소리를 쳤다. 군사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사내를 잡아 매어 놓고는 여인을 번쩍 들어서 말에 태웠다. “오늘 사냥은 여기서 끝마치자.” “저 사내놈은 어찌 하오리까?” 군사들이 묻자, 임금은 “죽여 없애고 싶다만 생명이 불쌍하니 두 눈을 빼서 쫓아오지 못하게 하라”고 하였다. 그러자 말 위에 있던 여인이 몸부림을 치며 비명을 질렀다. “안돼요. 우리 남편을 살려주세요.” “이 천벌을 받을 놈들아. 내 아내를 두고 가거라.” 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금은 말을 타고 산 아래로 내려가고 군사들은 남편의 눈을 사정없이 도려내고는 왕을 쫓아갔다. 두 눈은 잃은 남편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얼마 뒤 떠꺼머리 총각은 산토끼 한 마리를 잡아 지게에 매달고 집 앞에 이르러 “아주머니, 다녀왔어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집안에선 인기척이 없고, 어디선가 신음 소리가 들렸다. 그 곳을 찾아가 보니, 이게 웬일인가. 형이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지 않은가? “아! 형님 이게 웬일이세요? 누가 형님을 이렇게 했어요?” 동생은 통곡하며 형을 끌어안고 몸부림쳤다. “물 … 물 좀 다오.” 동생은 겨우 정신을 차린 형을 안아다가 방에 뉘고 물을 떠다 입에 넣어 주었다. “아주머니는 어디 갔어요? 형님 자세히 말씀하세요.” 비오듯 쏟아지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않고 동생은 형의 대답을 재촉했다. “이 나라 … 임금이라는 놈이 … 네 형수를 데려가고,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임금이라뇨?” 동생은 깜짝 놀랐다. “임금이 어떻게 여길 왔었나요?” “사 … 사냥을 나왔다가 여길 ….” “알았어요, 형님. 형님의 원수를 제가 꼭 갚을께요. 정신을 차리세요.” “나는 살기는 다 틀렸다 …. 이 원수를 꼭 갚아다오.” “갚구 말구요. 하늘에 맹세하겠어요. 형님 제발 죽지 마세요.” 마침내 형은 숨을 거두었다. “형님, 형님.” 복받쳐 오르는 슬픔과 분노에 몸부림치며 밤을 지새운 동생은 양지바른 곳에 형을 묻고 복수심을 불태우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로부터 십여 년이 흘렀다. 백제 임금은 정사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주색에 빠져 쾌락으로 나날을 보내고 날마다 술과 여자를 탐하는 데 정신을 쏟으니, 백성들의 원성은 날로 커지기만 했다. 임금이 한참 흥에 겨워 하고 있는데, 장수가 들어와서 “마마, 아룁니다. 지금 고구려 군사가 쳐들어와 임진강을 건넜다 하옵니다”라고 하였다. “뭣이라고. 우리 군사는 무얼하고 있었단 말이냐?” “황공하옵니다.” “짐이 군사 2만을 줄 것이니, 그대는 빨리 나가 고구려 놈들을 물리치고 짐을 기쁘게 하라.” “분부대로 거행하겠습니다.” 이리하여 백제군은 한강을 사이에 두고 고구려군과 대치하게 되었다. 때는 겨울로 접어들어, 백제군은 전의를 잃고 있는 상태였고, 고구려군은 추운 곳에서 훈련을 하며 강이 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강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오냐. 이제야 원수를 갚게 되는구나.” 이를 부드득 갈며 진군을 명령하는 장수는 다름 아닌 그 옛날 떠꺼머리 총각이었다. 물밀듯 쳐내려오는 고구려군 앞에 백제군은 풀잎처럼 힘없이 쓰러지고 살아남은 백제군은 혼비백산해서 도망쳤다. 고구려 장수는 옛날 자기가 살던 땅에 이르렀다. 옛집은 형체만 남아 있고 형의 묘는 잡초더미로 우거져 있었다. 잠시 묘 앞에 꿇어 앉은 장수는 “형님. 오래 기다려셨습니다. 이제 며칠 안으로 백제왕의 목을 바치겠으니 기다리십시오”하고 군사들을 시켜 형의 묘를 이장하기 시작했다. 묘를 파헤치는데 형의 시체가 나올 즈음 이상한 물체가 나타났다. 철불이었다. 이때 장수의 귀에 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랑하는 아우야. 고생이 많았다. 그러나 이젠 내 말을 명심해 듣거라. 나는 지금 극락세계 부처님 곁에 있다. 이제 그만 살생을 하고 돌아가거라. 인생의 업보는 내세에서 가려주는 것이니, 부처님의 뜻을 따르도록 해라.” 바람결에 들리는 소리는 틀림없는 형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한참 후 장수는 명을 내렸다. “백제왕을 쳐라.” “와 … 와 ….” 성난 파도와 같이 쳐들어간 고구려군은 백제왕을 사로잡았다. “네 이놈 듣거라. 임금된 자가 백성의 아내를 빼앗고 백성의 피를 빨아 술과 여자에 빠져 살았으니 하늘을 대신하여 너를 벌하려 하느니라.” “장군이시여, 한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소인의 목숨을 살려주시면 개과천선하겠습니다.” “에잇, 더러운 놈이구나. 한 나라의 임금이었던 자가 비굴하기 짝이 없구나. 저놈을 당장 참하여라.” 고구려 장수는 백제왕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잠시 후 백제왕의 목이 떨어져 나갔다. 이때 고구려 장수의 형의 묘 앞의 철불은 땀을 잔뜩 흘렸다고 한다. 이 고구려 장군의 이름은 걸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