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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송정(落訟井)에 얽힌 이야기
하남문화원 │ 2014-06-24 HIT 26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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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송정(落訟井)에 얽힌 이야기
옛날 광주군 서부면 학암리에 도부자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에게는 아들 형제가 있었는데, 형제가 어찌 그리 다른지 도부자는 전전긍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큰아들은 본래 성미가 괴팍하여 사나울 뿐만 아니라 고집불통으로 못된 짓이란 못된 짓은 혼자 도맡아 했으며, 글 공부에는 워낙 관심이 없는지라 어릴 때부터 집어치우고 술집 드나들기가 제 집 드나들 듯하였다. 작은 아들은 제 형과 달리 심성이 고운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어찌나 총명한 지 다섯 살에 천자문을 달달 외어 주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였다.
그래서 큰아들은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동생만을 귀여워하는 것을 시기하여 아버지가 집을 나가기만 하면 동생을 괴롭혔다. 어느날 큰아들이 작은 아들을 괴롭히는 것을 본 도부자는 큰아들을 크게 꾸짖었다. 그런데도 큰아들은 반성하지 않고 도리어 속으로 “너 이놈, 어디 두고보자. 아버지만 돌아가시면 넌 끝장이다”면서 이를 북북 갈았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도부자 부부에게도 예외 없이 저승사자가 찾아왔다. 도부자 부부는 그토록 바라던 작은 아들의 출세를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만 것이다. 작은 아들은 하늘이 무너진 듯 땅이 꺼진 듯 대성통곡했지만, 큰아들은 마치 아버지의 죽음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도부자의 장례가 끝나자마자 동생에게, “이젠 이 집안의 어른이 나라는 것을 너도 잘 알테지. 이제부터 너는 나의 명을 한 치의 어김도 없이 따르도록 해야 하느니라. 알아듣겠느냐?” 라고 말하였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동생은 공손히 대답하였다. 그러자 형은 “그럼 오늘부터 글 공부는 집어치우고 집안 일을 돕도록 하여라”라고 하면서 잔인한 미소를 띄었다. 그 말에 동생은 깜짝 놀라, “글 공부를 그만하라뇨. 아버님의 유언이 우리 형제가 대성하여 가문을 빛내라 하셨건만 ….”
그러자 형은 화를 벌컥 내면서, “아니 이놈이 누구 안전이라고 말대꾸냐”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자 동생은 그만 기가 차 무작정 형에게 사죄하였다. 형은 엄한 목소리로 “내일부터 나무 한 짐씩을 해오도록 해라”고 매몰차게 명하였다.
이튿날 새벽부터 동생은 팔자에 없는 지게를 지고 집을 나섰다. 때는 엄동설한이라 바람은 살을 에이는 듯 거칠게 불어왔다. 동생은 얼어붙은 산길을 올라 나무를 찍었으나, 본시 글 공부만 하던 서생인지라 쉽사리 되질 않았다. 겨우 나무 한 짐을 해서 집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형은 겨우 이 정도 나무를 해서 밥이 넘어 가냐며 다그쳤다. 동생이 처음 해보는 것이라 쉽지 않다고 하자 형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더니 몽둥이를 들고 와서는 사정없이 동생을 내려쳤다.
“이놈이 여태 정신을 못차리고 또 말대꾸야.”
“아이고, 형님 잘못했습니다.” 형은 이렇게 동생을 패고서도 화가 안 풀어졌는지 계속 몽둥이질을 하였다.
“이놈아, 일하기 싫으면 나가면 될 것 아니냐. 이게 네 집이냐. 에이, 못된 놈.”
동생은 형에게 백배사죄하며 나무하러 집을 나섰다. 동생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얻어맞은 부분을 비볐다. 얼마나 맞고 허기가 졌는지 다리는 휘청하며 앞을 분간할 수 없었다. 동생은 눈 바닥에 주저앉아 자기를 그토록 아껴주신 아버지를 하염없이 불러 보았다.
어느새 봄이 다가왔다. 동생은 묵묵히 형의 말에 순종하며 집안 일을 거들었으나 형은 더욱더 동생을 괴롭혔다. 형수도 형과 다름없이 시동생을 마치 집안 노비처럼 대하였다. 형은 너무나도 동생이 싫어 어떻게 하면 동생을 내쫓을까 그 궁리만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형은 동네 주막에 가서는 주모에게 엽전 꾸러미를 내밀고 은밀한 부탁을 하였다.
이런 줄도 모르고 동생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산에서 나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웬 괴한이 나타나 동생의 목덜미를 잡고는 가슴에 올라타서 목에 칼을 들이대었다.
“너는 내 칼에 순순히 죽어줘야겠어.”
“아니, 당신은 누군데 죄없는 날 ….”
“너를 죽여야만 난 돈을 받을 수 있거든 ….”
괴한은 손에 든 칼을 높이 쳐들고 동생을 찌르려다 말고 갑자기 칼를 내던지고는, “어서 여길 떠나거라. 그렇지 않으면 너와 난 네 형의 칼에 죽게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아무리 돈의 노예가 된 괴한일지라도 일말의 양심이 있어 이 불쌍한 청년을 죽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내 너를 살려줄테니 다시는 이 마을에 나타나지 말거라.”
괴한은 동생에게 사정 얘기를 들려주고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동생은 괴한의 말에 그만 기가 질려 부르르 떨더니 기필코 원수를 갚겠다며 정든 고향을 떠나게 되었다.
그로부터 십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절치부심 주경야독한 동생은 대과에 급제하여 제 고향 암행어사로 제수받았다. 그리하여 꿈에도 잊지 못했던 고향땅을 밟게 되었다. “어서 아버님의 산소에 가 참배를 해야지. 아니 그보다는 먼저 패륜아인 형을 치죄하고 ….”
동생은 형을 생각하니 부르르 살이 떨렸다. 어느새 고향 마을 어귀에 도착하였다. 동생은 그 못된 주모가 있는 주막집으로 가 주모가 결코 알아보지 못하도록 변장을 하고 슬쩍 말을 걸었다.
“여보슈 주모, 이 마을에 도부자 형제가 살고 있습니까?”
그러자 주모는 화들짝 놀라며, “형제라뇨? 동생은 10년전에 죽었는데. 에그, 불쌍도 하지.” 주모의 말에 동생은 어이가 없어 주모를 날카롭게 쏘아보며 다시 말을 걸었다.
“아! 그래요. 동생은 왜 죽었는지요?”
“낸들 압니까. 남들은 산에서 나무를 하다 그만 호랑이한테 물려 죽었다 하는데 ….”
주모는 말을 마치자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럼 형되는 사람은 어찌 지내는지요?”
그 말에 주모는 신바람이 난 듯 호들갑을 떨며, “싸지 싸.
그놈이 쫄딱 망하는건, 그 많던 재산 투전이다 계집질이다 놀아나더니 …. 거기다 그 착한 동생까지 몰아내 ….”
주모는 자기도 모르게 끝말에 동생 얘기가 튀어 나와 어쩔줄을 몰라했다. 동생은 주모의 말에 그만 마음이 착찹하였다. 그러곤 동생은 속으로, “이 사실을 아버님이 아신다면 얼마나 실망하실까” 걱정하였다. 그러고는 동생은 그 몹쓸 주모를 당장 관영에 끌고 가라고 명을 내리고는, 천하의 패륜아 형을 치죄하러 길을 나섰다.
한참을 가는데 길 옆에 전에는 보지 못한 웬 샘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 샘물이 어찌나 맑게 보이던지 동생은 마침 목이 마르던 참이라 물을 마시려 하였다. 그런데 그 샘물 속에서 갑자기 형의 음탕한 얼굴이 떠오르더니 잠시 후 자신의 얼굴이 나타나는데, 어찌된 일인지 자신의 얼굴이 형의 얼굴과 다름없이 음탕한 패륜아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동생은 그때 아버지의 산소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곤 깊은 생각에 빠졌다.
“형의 그 못된 마음씨나 또 그것을 보복하려는 나의 마음이나 다를 바가 무엇인가. 누구를 미워하고 누구를 증오한들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 것인가. 결국은 다 똑같은 인간이 아니던가. 아마 아버님께서도 형을 치죄하길 원치 않을 것이다. 그래도 형은 형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며 동생은 다시 오던 길로 돌아섰다. 그리고는 아무도 모르게 형에게 전답을 보내주었다. 그 때부터 남한산성의 서장대 아래쪽에 있는 우물을 낙송정이라 불렀으며, 후세에 송사(訟事)하는 자가 이 물을 마시면 패소한다는 전설이 전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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