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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산(黔丹山)의 전설
하남문화원 │ 2014-06-24 HIT 44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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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산(黔丹山)의 전설
검단선사는 고개마루 길가의 편편한 바위에 앉아 자기가 올라온 길을 되돌아 보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놈이 오늘은 왜 이리 늦노.”
한참을 기다리며 지나가는 구름을 바라보고 세월의 무상함을 탄식하고 있을 때, 풀을 헤치는 소리가 나더니 고개를 올라오는 소년이 보였다. 검단선사의 얼굴에 기쁨과 안도감이 일며 마치 옛 동무라도 만난 듯 소리쳤다.
“빨리 좀 오너라, 목 빠지겠다.”
“오래 기다리셨군요. 할아버지 죄송합니다. 벌써 올 것인데, 어머니께서 오늘은 더 아프세요. 미음도 안 잡숫고 눈을 감고 계셔서 돌아가시는 줄 알고 혼이 났습니다.”
10여세 되어 보이는 소년의 얼굴은 근심에 잠겨 있었다.
“할아버지, 오늘은 시간이 늦었는데 바둑은 그만 둘까요?”
“네가 싫으면 할 수 없지 뭐냐.”
“아니에요, 할아버지. 싫어서가 아니라 어머니 때문에 걱정이 돼서 그래요.”
“그럼 너의 어머니 병환이 나으시면 나하고 매일 바둑을 둘 수 있겠니?”
“그럼요. 하루 종일 아니 밤을 새워서도 둘 수 있지요.”
날마다 해가 중천에 뜨는 이맘 때면 이 소년과 만나서 바둑 두는 것을 큰 낙으로 삼는 검단선사는 한동안 생각에 잠기는 듯 했다. 잠시후 검단선사는 무슨 말을 할 듯 하다가 심각한 눈초리로 소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소년은 “동네 의원 말씀이 어머니의 병은 대추하고 곶감이 약이래요. 그 두 가지를 한꺼번에 넣고 달여 먹으면 병이 낫는데요. 그래서 그것을 구하러 내일 길을 떠나려고 해요”라고 말했다.
“길을 떠난다고? 이 여름철에 그것을 어디서 구한단 말이냐?”
“북쪽으로 멀리 가면, 그곳은 가을일 테니까 있겠지요. 빨리 약을 구해와야 되니까 오늘 당장 떠나 밤을 세워서라도 부지런히 가서 구해 와야지요.”
노인과 소년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검단선사는 도인이다. 속세를 떠나 살고 있으면서 언제부터인가 이 소년과는 혈육 이상으로 정이 들었다. 자신이 도인인 줄 모르는 이 소년의 고난을 바라볼 때 검단선사의 마음이 아팠다. 자신의 능력으로 이 소년의 어머니 병을 고칠 수 있지만 자기의 정체를 계속 숨기고 싶은 검단선사는 번뇌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소년이 자기의 정체를 알게 되면, 이제까지 가지고 있던 순진한 심성을 잃고 본능에 가까운 인간 속성으로 자기를 대하게 될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속세와 인연을 끊은 자기로서는 이 소년과도 헤어져야만 한다고 생각한 검단선사는 한동안 깊은 시름에 빠졌다.
“얘야. 네가 길을 떠나 약을 구하자면 한 달이 걸릴지, 두 달이 걸릴지 모르는 일이니 내가 갔다 오마.”
“네? 할아버지가요? 몸도 약하실 터인데, 어떻게 먼길을 가신단 말이에요. 그러지 마시고 제가 다녀올 동안 우리 집에 와 계시면 좋겠어요.”
“아니다, 얘야. 내가 없는 동안 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하겠니 …. 그리고 내가 갔다오는 것이 훨씬 빠를 것이다.”
“할아버지 정말이세요? 정말 다녀 오실 수 있으세요?”
“암, 그럼 다녀올 수 있지. 오늘부터 이렛날 후에 해가 네 머리 꼭대기에 오거든 이곳에 와서 날 기다리려무나.” “그렇게 빨리 다녀오실 수 있어요? 할아버지, 저는 할아버지가 오실 때까지 매일 이곳에 올라와 보겠어요.” “아니다. 틀림없이 그날 올테니 잊지 말고 오려무나. 자, 그럼 난 가봐야겠다.”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할아버지 은혜는 죽어도 잊지 않겠어요.”
“자, 그럼 난 이쪽으로 내려 갈테니 너도 가 보아라.”
“할아버지 몸조심하세요.”
감격에 겨워 흐느끼는 소년을 뒤로 하고 홀연히 사라지는 검단선사. 그러나 소년의 어머니 병은 날로 더해만 갔다. 홀어머니를 단신으로 봉양해 온 소년은 온갖 정성을 다하여 어머니를 간호하면서 노인과의 약속 날짜를 기다렸다. 그러나 검단선사가 떠나간 지 닷새 째 되던 날 병이 악화된 소년의 어머니는 죽고 말았다.
한편, 검단선사는 축지법을 써서 묘향산 깊은 계곡으로 들어가 대추와 곶감을 구해 가지고 약속된 날짜에 돌아왔으나 소년은 보이지 않았다. 온종일 기다려도 소년은 끝내 소식이 없었다. 그 이튿날도 그 다음날도 소년은 오지 않았다. 마을에 내려가 수소문을 하니 어머니를 장사지낸 소년은 울면서 어디론가 떠났다는 얘기였다. 검단선사는 약자루를 힘 없이 땅에 떨어뜨리고 넋을 잃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무상한 생각에 잠긴 채 산으로 돌아와 그곳에 절을 짓고, 절 뒷산에 올라 멀리 가물대는 산천을 바라보며 검단선사는 소년을 떠올려 보았다. “내가 아직도 깨우침이 미치지 못하였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능선을 따라 하염없이 동쪽으로 동쪽으로 가다 해질녘에 닿은 곳이 지금의 검단산이고, 검단선사는 이곳에 작은 암자를 짓고 도를 닦다 죽으니, 이 산의 이름을 검단산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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