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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의설화

잃어버린 아이와 검단산

하남문화원 │ 2014-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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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아이와 검단산 1948년 가을이었다. 동부면 덕풍리 나룰마을(지금의 덕풍3동)에 사는 한금봉에게 부인과 여섯살박이 딸 간난이가 있었다. 하루는 한씨의 부인이 간난이를 데리고 고추밭에서 고추를 따고 있었다. 화창한 가을날씨라 햇살이 제법 따가왔다. 간난이는 고추 따는 엄마의 뒷 꽁무니를 따라 다니며 빨간 고추를 골라 바구니에 넣기도 하고, 시원한 나무 그늘에 가서 풀잎도 뜯고, 방아깨비와 메뚜기 등도 쫓아다니며 놀다가, 싸가지고 온 찬밥으로 점심을 먹은 후 식곤증이 오는지 낮잠이 스르르 들었다. 부인은 딸의 잠든 모습을 보다가 보자기로 배를 덮어주고 또 일을 시작했다. 돌아오는 장날에 고추를 내다 팔아서 아이들 학용품이며, 겨울 속옷을 사다주어야겠다는 생각에 고추를 따는데 여념이 없었다. 엄마는 해가 기운 줄도 모르고 있다가 저녁 준비를 하기 위해 일손을 놓고 따놓은 고추를 집으로 여러 차례 나르고, 마지막으로 잠든 딸을 깨우려고 와보니 간난이가 잠들었던 자리에는 덮어 주었던 보자기만 있을 뿐 간난이가 없었다. 이상하다 생각하고 혹시 집으로 혼자 간 게 아닌가 하여 부랴부랴 집으로 와보니 집에도 없었다. “간난아, 간난아.” 부르며 마을 사람마다 붙들고 물어 보아도 간난이는 찾지 못했다. 남편도 아이들도 뜬눈으로 밤을 세웠지만, 이튿날에도 간난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면사무소로 경찰지서로 학교로 다니며 신고도 하고 수소문를 했지만 허사였다. 학생들과 마을사람들, 의용소방대까지 동원되어 산과 들·강변를 샅샅히 뒤졌으나 흔적조차 없었다. 이렇게 하기를 닷새, 창우리에 사는 나무꾼이 검단산에 나무를 하러 올라갔다가 커다란 바위 위에 어린아이가 엎드려 잠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가까이 가보니, 나뭇잎을 가지런히 깔고 잠들어 있지 않은가. 나뭇꾼은 아이를 깨워, “너 혹시 나룰아이 아니냐?”라고 물으니 아이는 놀래는 기색도 반기는 기색도 없이 “네.”라고 덤덤이 말했다. “너 어떻게 여기를 왔니?” “어느 할머니가 업고 왔어요.” “그 동안 무얼 먹었니?” “이런 것.” 아이가 내보이는 건 머루와 달래였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닷새동안 밤의 추위와 배고픔을 어린애가 어떻게 견디어 냈다는 말인가. 검단산에는 요즘도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고 한다. 그러나 희생된 아이들은 없다. 그래서 검단산을 영산(靈山)이라고 하는가 보다. 대한 아마추어 산악회에서 매년 이곳에 와 산악인의 안전을 비는 고사를 지내는 것도 검단산이 이러한 깊은 뜻을 지닌 산이라는 데서이다.